선택과 집중이 IT 산업 불균형 심화시켰다

 
선택과 집중이 IT 산업 불균형 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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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데스크 ]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한 이건희 회장의 짧았던 복귀 멘트는 1등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 뿐 아니라 우리나라 IT산업 전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IT산업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반도체, LCD, 휴대폰, TV 등 주요 품목들의 성장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의 성숙기에 진입한 상태다. 중국, 대만 등 후발국들의 추격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새로운 시장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IT산업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 편집자 주 >

지난 1990년대 이후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며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 왔던 IT산업이 2005년 이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며 침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스마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새로운 시장의 거침 없는 도전이 이어지는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국내 IT산업의 경우 특정분야에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집중되면서 반도체, LCD, 휴대폰, 디지털TV 등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나브로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 큰 문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세트(Set)와 IT 부품·소재·장비´, ´대-중소기업 간 성장 불균형´ 등 IT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속내를 들여다보면 목발을 짚고 있는 ´절름발이´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성장이 침체되고 있는 IT산업 분야를 살펴보자.
지난 1990년 15조1천억원에 불과했던 IT산업 분야는 연평균 16.8%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2008년 288조2천억원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급성장 했다. 여기서 정보·통신·방송기기 및 부품 분야가 전체 IT 산업의 70%대 비중을 차지하며 고성장을 견인해 왔다.
소프트웨어 및 IT서비스 분야는 1990년 IT산업 내 비중이 0.9%에 불과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08년 8.5%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고성장 지속으로 명목 GDP 내 IT산업 생산 비중은 1990년 8.1%에서 2000년 이후 25%를 넘게 차지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주된 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IT산업 성장률이 3.6%대로 크게 떨어진 후 지속적으로 한자리수 성장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진입하면서 주기적인 호황의 강도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2005년 이후 성장률이 5~7% 선에서 답보상태를 보이는 것은 국내 IT산업의 성장 활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IT 시장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 출현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 변화를 불러왔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상륙한 아이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막강한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시장 자체를 흔들어 버렸고, 지난 6월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생태계 변화는 태블릿PC, 스마트TV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겪었던 뼈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역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폭발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올 1~3분기 내내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최근 들어 가격 하락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25% 수준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앞으로 가야할 길은 극명하다.
"46.3% VS 3%".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지난 2009년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수치로 나타낸 성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1980년대 이후 메모리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난 2009년 기준 세계 시장의 46.3%를 꿀꺽하며, 이 분야 세계 최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3%에 불과하며, 수입액은 177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 수출액 159억달러보다 규모가 더 크다.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불릴 수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IT산업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기반으로 소수 전략 품목과 영역을 선정하고 집중하면서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통신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불균형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앞서 제시된 IT산업의 3대 성장 불균형 극복은 우리나라 IT산업의 성장 정체를 해소하고, 새로운 경쟁 양상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과제"라며 "이를 해소 했을 때 경쟁력이 한층 강화돼 새로운 복합 상품 및 생태계, 3S(Speed, Soft, Smart), 산업간 융합 경쟁 시대에 효과적인 대응은 물론,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절름발이 인가?
◇하드웨어로 벌고 소프트웨어로 날려 우리나라가 한 해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도 실제 벌어들이는 돈은 제대로 된 할리웃 영화 한 편에도 못 미친다. PC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강국이라지만 PC 분야에서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건 고작 CD 한 장에 담긴 윈도우7을 팔아먹는 마이크로소프트다.
실체가 있는 하드웨어보다 실체가 없는 소프트웨어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다. 반도체, LCD, TV에서 1등하는 것도 좋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작동을 위한 단말기 제조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없다. 중소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도 부실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 역시 능력 대비 최저 수준이다. 밤새 죽도록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못 받으니 신종 3D 업종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이 같은 이유로 IT 제조업 생산액은 2001년 108조7천억원에서 2008년 205조6천억원으로 연평균 9.5%의 고성장을 나타낸 반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업은 2001년 14조7천억원에서 2008년 24조4천억원으로 7.5% 성장에 그쳤다.
절대 규모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 격차가 엄청난데다, 성장률에서도 차이를 보이니,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완제품은 1등…부품·소재·장비는? 아무리 제품을 많이 팔아도 그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나 장비를 비싸게 구입해서 쓴다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국내 기업들은 휴대폰과 TV 등 주요 IT 하드웨어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부품·소재·장비는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메모리반도체와 LCD 등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부품도 있지만 이 역시 소재나 장비 등은 수입 의존도가 높다.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IT부품 부문의 연평균 성장률은 14.5%로, 완제품 부문 성장률 5.0%를 크게 상회했지만, 부품 분야의 성장 호조는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PCB 등 소수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
이들 4대 품목의 2001년 대비 2008년의 생산 증가액은 총 60조2천억원으로 전체 부품 생산 증가액 70조7천억원의 85%를 점유한다. 결국 이들 4대 품목 이외 부품들은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4대 품목을 제외한 비메모리반도체나 범용 부품 등 기타 부품들의 2001~2008년 연평균 성장률은 6.4%에 그쳤다. 또한 IT 하드웨어 생산액 내 비중 역시 2001년 18%에서 2008년 15%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부품 부문의 기술 경쟁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 일본, 미국 기업 대비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원가 경쟁력도 대만, 중국 기업에 비해 열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통신칩, 비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휴대폰의 모듈 단위 국산화율은 69%에 달하지만, 세부 부품 단위 국산화율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휴대폰에서 CPU 역할을 하는 베이스밴드칩, 무선통신칩 등은 거의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 분야의 국내 경쟁력 저조와 높은 해외 의존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품목에서 소재 부문의 해외 의존 현상이 두드러진다. 재료의 원가 비중이 높고 일본 소재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CD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2008년 세계 패널 시장은 924억달러인데 반해, 소재·부재 시장은 530억달러로 패널 대비 소재 시장의 비중이 57%에 달한다.
2008년 7월을 기준으로 LCD·PDP·OLED의 3대 디스플레이 패널에 들어가는 53개 세부 핵심 부품·소재 중 20개 품목의 국산화율은 25%에도 못 미쳤다. 20개 품목 중 액정, 실란트, 반사형편광필름, 확산판소재 등 LCD용 10개 소재와 PDP용 유리기판, 터치스크린용 하드코팅 PET 필름전량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53개 품목 가운데 국산화율 50%를 넘긴 제품은 LCD용 컬러필터를 포함해 20종에 불과하나, 그마저 LCD용 백라이트유닛(BLU)과 냉음극형광램프(CCFL) 등 기술 장벽이 낮은 품목이 대부분이다.
장비 분야 역시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 장비 분야는 그동안 기업 및 정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소재 분야에도 밀려 기술력이나 국산화율이 매우 저조한 상태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율은 각각 20%, 30%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 5% 기업이 매출 84% ´꿀꺽´ 삼성, LG, SK 등 대기업 계열사 위주의 상위 IT 기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을 점유하고, 중소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물론, 생존 자체에도 위협을 받고 있는 점도 국내 IT 업계의 구조적 모순이다.
2008년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 법인 기준 IT 기업 수는 439곳. 이 중 업종별 대표 IT 기업 20사의 매출은 174조4천억원으로 전체 매출 207조8천억원의 84%를 점유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9조8천억원으로 전체(10조4천억원)의 94%를 차지했다.
기업 수익성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 2000년에서 2008년까지 20대 대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9%로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90%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기타 IT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1%로 매우 열악한 수준을 보였다.
기타 IT 기업들의 영업이익 합계가 흑자를 기록한 해는 2000년, 2004년, 2005년, 2008년의 4개년에 불과했다. 이처럼 IT 중소기업들의 경우 매출 규모, 매출 성장성, 수익성 측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크게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것은, 내수 시장 기반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진국 기업 대비 전문성이나 후발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부족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제는 목발을 버려야 할 때
그동안 우리나라 IT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선택과 집중으로 앞서 밝힌 ´3대 불균형´이 심화됐고,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TT산업의 새로운 경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간의 절름발이 성장은 이들 간 복합 상품 창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약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조한 스마트폰, 전자책(e-Book) 기기는 하드웨어 성능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부족, 지원 업체의 역량 열세 등이 경쟁력 확보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완제품과 IT 부품·소재·장비 간의 성장불균형도 생태계 경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요인이다. 완제품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소재·장비 기업들을 국내에서 찾기 힘들어 차세대 제품 개발과정에서 종종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 문화, 지리적 차이 때문에 협력 과정은 순탄치 않고, 기술 및 지식의 유기적 교환도 어려운 상태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 불균형과 유기적 관계 부족도 3S 경쟁 대응에 발목을 잡고 있다. 성장보다 생존을 중요시하는 특성상 한국 IT 중소기업들은 능동적인 시장 대응력과 창의성들을 잃어버려 일부 회사를 제회하고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기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 같은 문제점 극복을 위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잠시 버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불러오는 변화의 바람을 타야만 한다.[EBN = 최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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